촉법소년 연령은 몇 살이 적당할까?
최근 청소년들의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 즉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법무부 또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그런데 지난 2026년 4월 30일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하여 최종 결론을 내렸는데,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내용의 권고안이 의결되었다. 참고로 협의체의 최종 권고안은 수정과 보완을 거친 후 5월 국무회의를 거쳐 공개될 예정이며, 사회적 협의체에서 ‘연령 유지’로 의견이 모아진 만큼 결과가 뒤집히기는 어렵다.
어쨌든 이러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는 단순히 특정 연령의 청소년을 더 일찍부터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소년범죄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과 맞닿아 있는 만큼, 본 칼럼에서는 현행 소년사법제도를 살펴보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찬반 논거를 법적·사회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현행 소년사법제도와 촉법소년의 개념
일단 우리 법체계는 소년을 연령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하여 각기 다른 절차를 적용한다.
먼저 형사미성년자(만 14세 미만)는 형법 제9조에 따라 형사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아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성숙하고 교육적 조치를 통한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형사책임연령을 정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3. 9. 25. 선고 2002헌마533 결정).
반대로 범죄소년(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은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만, 사안의 경중과 소년의 특성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은 소년의 인격이 형성 과정에 있고 개선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처벌보다는 교화와 건전한 육성에 중점을 두려는 소년법의 후견적·교육적 이념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12. 7. 26. 선고 2011헌마232 결정).
그렇다면 오늘의 주제인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은 대체 무엇인가?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소년법에 따라 보호관찰,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의 대상이 된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참고로 촉법소년의 하한 연령은 2007년 소년법 개정으로 만 12세에서 만 10세로 낮아진 바 있다.
그렇다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 찬성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첫째, 소년범죄의 흉포화 및 저연령화 현상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청소년들의 신체적·정신적 성숙도가 높아졌으며, 인터넷 등을 통해 범죄 수법을 쉽게 학습하여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13세 정도의 청소년이라면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촉법소년 제도의 악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일부 청소년들은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거나, 성인 또는 나이가 많은 청소년들이 촉법소년을 범행에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사례도 있다.
셋째, 피해자 보호와 국민 법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흉악범죄의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에 깊은 상처와 무력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엄정한 처벌을 통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
“처벌이 능사인가” 신중론과 사회적 과제
반대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신중(반대)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첫째, 소년법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이다. 소년법의 목적은 응보적 처벌이 아닌 소년의 교화와 사회 복귀에 있다. 섣부른 형사처벌은 소년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고, 오히려 재범의 길로 내몰 수 있다. 앞서 언급한 2007년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의 취지 역시 처벌 대상 확대가 아닌, 비행 초기 단계의 소년을 국가의 보호 체계 안으로 조기에 편입시키려는 교육적·복지적 목적에 있는 것이다.
둘째, 연령 하향의 범죄 예방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소년범죄의 근본 원인은 빈곤, 가정 해체, 교육 시스템의 부재 등 복합적인 사회 구조적 문제에 있다. 단순히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으며, 범죄 억제 효과 또한 실증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셋째, 형사사법 시스템의 준비 부족 문제이다. 만 13세 소년을 성인과 동일한 형사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재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소년의 특성을 고려한 방어권 보장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또 소년 수형자를 위한 교정·교화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어쨌든 최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소년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와, 소년의 교화와 재사회화를 우선시하는 소년사법의 이념 사이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보여준다. 양측의 주장은 각기 다른 측면에서 타당성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처벌 강화냐 교화 우선이냐는 이분법적 접근을 넘어, 종합적인 대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령 기준 조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계속 이어가는 동시에 현행 보호처분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소년분류심사원 및 소년원의 과밀 수용 문제를 해소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하며, 개별 소년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교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위기의 청소년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는 지역사회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가정과 학교의 역할을 강화하여 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기 전에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서두에 언급하였던 대로 촉법소년 문제는 궁극적으로 연령이라는 단일 쟁점을 넘어, 우리 사회가 미래 세대를 어떻게 책임지고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엄정한 책임과 따뜻한 교화가 조화를 이루는 다각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사회적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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