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와 스트레스, 산재가 되는 자리
COLUMN · 산재
작성 2026. 8. 26. | 로엘법무법인 권지안 변호사
과로로 쓰러졌거나 직장에서 겪은 일로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정보는 "주 몇 시간을 넘겨야 산재"라는 식의 시간 기준입니다.
그 기준은 법률이 아니라 고용노동부 고시이고, 대법원은 그것이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그 시행령·별표가 만들어 둔 실제 층위를 따라가며, 업무상 질병의 인정이 어디에서 갈리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Q.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가 인정되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나요? 핵심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증명책임이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시행령 별표에 열거된 질병이 아니어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개방 조항이 별표 제13호에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
법이 나눠 둔 업무상 질병 네 갈래
출발점은 제37조 제1항 제2호입니다. 가목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입니다. 나목은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입니다.
주목할 것은 다목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신적 원인이 조문 층위에 올라와 있다는 뜻입니다. 라목은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받는 자리입니다.
시행령이 요구하는 세 가지
가목의 질병은 시행령 제34조 제1항이 세 요건을 모두 요구합니다. 첫째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 둘째 취급하거나 노출된 업무시간, 종사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 셋째 그것이 원인이 되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입니다.
부상이 원인이 된 질병(나목)은 제2항이 두 요건을 둡니다. 업무상 부상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 그리고 기초질환 또는 기존 질병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증상이 아닐 것입니다. 지병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배제 사유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4항도 중요합니다. 공단은 인정 여부를 판정할 때 그 근로자의 성별, 연령, 건강 정도 및 체질 등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평균적인 근로자가 아니라 그 사람을 기준으로 본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과로 사건은 별표 3 제1호에서 갈립니다
구체적 인정 기준은 시행령 제34조 제3항이 별표 3에 위임하고, 별표 3은 13개 항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과로 사건의 자리는 제1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입니다. 뇌실질내출혈, 지주막하출혈, 뇌경색, 심근경색증, 해리성 대동맥자루를 대상으로 들면서 발병 원인을 세 유형으로 나눕니다.
| 유형 | 별표 3 제1호 가목의 내용 |
|---|---|
| 돌발적 사건 |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 |
| 단기간 부담 |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육체적·정신적 과로를 유발 |
| 만성 과중 |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유발 |
| 제외 |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병한 경우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지 않음 |
가목에 열거되지 않은 뇌·심혈관 질병도 나목에 따라 유발이나 악화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시간적·의학적으로 명백하면 업무상 질병이 됩니다. 정신질환은 제4호에 있습니다. 바목은 업무와 관련하여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의해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사목은 고객 등의 폭력·폭언이나 그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13호가 문을 열어 둡니다.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발병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거기 규정된 질병이 아니더라도, 질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조항입니다.
입증의 무게는 어디에 있는가
증명책임은 근로자 측에 있습니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은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제37조 제1항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근로복지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기존 판례를 유지했습니다. 네 분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다만 그 무게를 어떻게 재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이 중요한 정리를 남겼습니다. 첫째, 별표 3의 인정 기준은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거기 없는 질병을 모두 배제하는 규정이 아닙니다. 둘째, 별표의 위임에 따른 고용노동부고시는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규범이 아니라 행정규칙이므로, 법원은 불승인처분 후 개정된 고시의 내용과 취지까지 참작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셋째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쓰입니다.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인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무시간, 교대제와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연령·성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므로, 업무시간은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사건에서 대법원은 콜센터 상담원으로 약 4년 9개월 근무하다 뇌기저핵출혈이 발생한 근로자에 대해, 근로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넘지 않았더라도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장기간 담당해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종사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여러 사업장을 옮겨 다닌 경우에는 복수의 사용자 아래에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판단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필자가 산재 사건을 다루며 보면 이전 직장의 근무 이력이 정리되지 않은 채 신청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신청을 준비하신다면 근무시간 기록뿐 아니라 업무의 성격과 교대 형태, 이전 직장 이력까지 함께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
참고자료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별표 3 [시행 2026. 7. 1.]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불승인을 받은 뒤의 절차: 산재 불승인을 받았을 때 남는 세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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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지안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노동·산재 사건 담당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고시가 정한 만성 과로 판단 시간 기준은 고시 원문을 확보하지 못해 수치를 기재하지 않았으며, 본문의 "1주 평균 52시간"은 2022두47391 판결 사안의 사실관계입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5의 업무상 질병 목록은 대조하지 않아 개별 질병명을 열거하지 않았습니다. 산재 승인율과 신청 건수 통계는 원본 자료를 확인하지 못해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인정 여부는 업무의 내용과 의학적 소견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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